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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FIFA월드컵, KBS, MBC 중계 가능할까?

patapata 2010. 3. 2. 21:21

이번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SBS가 단독 중계하면서, SBS가 장기계약한 올림픽과 FIFA월드컵에 대한 중계권의 위력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애초에 방송3사의 합의를 깬 SBS의 잘못도 맞지만, 그동안 사태가 이렇게까지 될까 안이하게 대응했던 KBS, MBC가 뒤늦게 선수단 귀국을 뉴스특보로 장시간 생중계하는 '오버'를 보면 안타깝기까지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번 올림픽 단독중계의 여파와 높은 중계권료에 대한 부담을 들어 2010 FIFA월드컵은 방송3사가 함께 중계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을 하십니다. 아직까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물리적으로는 이미 불가능한 시점에 왔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FIFA가 주관하는 대회의 국제신호를 제작하는 HBS 홈페이지 화면(www.hbs.tv) 2002년부터 2010년까지 FIFA월드컵의 국제신호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주최국 방송사가 주관방송사를 맡는 올림픽과 달리 FIFA월드컵은 중계도 이렇게 FIFA가 직접 합니다. HBS는 방송국이 아니라 제작 프로덕션입니다.

 

저는 2006년 Daum이 2006 독일 FIFA월드컵을 생중계 할 때 관련 프로젝트의 총책임을 맡았었습니다. 당시 Daum은 이번 올림픽 중계처럼 SBS로부터 중계권을 사들여 인터넷 생중계를 한 것이 아니라 FIFA 대행사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었죠. 당시 Daum이 사들인 권리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한 니어라이브(당시에는 공중파의 중계권을 보호하기 위해 FIFA가 만든 개념이지만 이 개념은 이미 실패한 모델로 검증되어 버려졌습니다) 중계, 하이라이트 중계였고, 개막 직전 SBS와의 공조를 통해 인터넷 생중계권까지 사들여 제대로 중계를 했었습니다. 큰 돈이 들어간 것은 물론이고 백지상태에서 공부해가며 중계권을 사들이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당시 사실상 FIFA와 직접 계약하면서 Daum은 KBS, MBC, SBS 와 같은 방송사 대접을 받았는데요. 송출은 물론이고 IBC 내에서의 편집 작업까지 직접 진행하면서 실제 뮌헨에 있는 IBC에 부스를 임차해 인력을 파견하는 등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하기 까지 한 일을 직접 했지요. (당시에는 공중파 3사가 Daum의 중계권 구입을 반기지 않는 입장이어서 지금처럼 방송화면을 넘겨받는 등의 협조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 건물이 2010 남아공 FIFA월드컵의 국제방송센터(IBC)입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요. 지금 KBS와 MBC가 SBS로부터 중계권을 넘겨받더라도 물리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이 IBC 임차에 관한 문제입니다. AD카드는 아직 추가로 신청할 여지가 남아 있지만 KBS, MBC 정도의 대형 방송사가 사용할 IBC 내의 스튜디오와 부조시설, 사무실 등은 이미 배정이 끝난 상태일겁니다. 2006년 6월 열렸던 독일 FIFA월드컵의 경우 2006년 2월 초에 관련된 신청이 공식 마감되었고, 이후에는 잔여 짜투리 공간에 대한 임차만 가능했거든요. 좋은 위치는 세계 주요방송사가 다 선점하기 때문에 KBS, MBC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SBS가 임차한 공간을 나눠서 쓰거나(과연 SBS가 그렇게 해줄까요?) 조그만 공간을 빌려 운영하거나, 아니면 아예 신호만 SBS를 통해 전달받고 중계는 한국에서 하거나 해야 합니다. 아마 유로2008 등을 중계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이해가 되실겁니다.

 

이미 이런 상황이라면 SBS와의 현장성 경쟁에서 뒤지고 시작하는 수 밖에 없는거죠. FIFA월드컵도 원래 모든 경기를 현장에 나가서 중계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팀 경기 등 주요경기가 아니면 IBC 내의 스튜디오에서 모니터를 보고 중계를 합니다. 이런 면에서는 한국에서 중계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수 있지만 당연히 SBS는 현장성에 대한 장점을 더욱 부각하려 하겠죠.

 

그렇기에 물리적으로는 KBS와 MBC가 SBS와 동등한 입장에서 2010 남아공 FIFA월드컵을 중계하는 것은 이미 쉽지 않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006 독일 FIFA월드컵 IBC의 주조정실 모습. IBC는 대략 이런 분위기입니다.

 

연휴 중 KBS와 MBC가 쏟아낸 시사프로그램, 다큐멘터리 등등에서 올림픽 경기장면이 사용된 것에 대해 SBS가 '뉴스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제한조치를 위반'했다며 KBS와 MBC에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관련기사 링크) IOC에 까지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고 하죠? 저는 이것이 FIFA월드컵 이슈에 대한 일종의 기싸움이라고 생각되네요.

KBS가 SBS가 그동안 위반한거 우리는 다 봐줬는데 치사하게 이제와서 시비냐고 했다지만 이건 명명백백하게 KBS와 MBC가 잘못한게 맞습니다. 이제 제대로 스포츠 이벤트의 중계권에 대한 개념이 잡히는 시작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PS : 나중에 기회가 되면 따로 정리하겠지만, 월드컵의 공식 명칭은 FIFA월드컵입니다. 월드컵이란 명칭은 다른 경기종목에서도 많이 쓰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지요. 그래서 각종 권리보호를 위해 FIFA는 월드컵 대신 FIFA월드컵이란 말을 브랜드화 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FIFA월드컵으로 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