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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실망] 엔씨소프트 구단명 다이노스라니!

patapata 2011. 5. 16. 21:03

 

오늘 저녁 발표됐네요. 다이노스.. 앞에 기업명 혹은 연고명을 어떻게 연결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엔씨다이노스로 갈 가능성이 높겠죠?

 

사실 솔직히 좀 참담한 기분입니다. 이태일 대표 영입으로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엔씨가, 구단 창단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마일스톤인 구단 명칭 결정의 결론을 다이노스로 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82년 우리나라가 처음 프로야구를 시작했을 때, 프로야구의 장기적 안착을 점 친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이제 서른살 청년이 됐죠. 82년에 만들어 진 팀 명칭은 대부분 동물들이었습니다. 베어스, 라이온즈, 타이거즈, 청룡. 삼미와 롯데만 슈퍼스타즈와 자이언츠로 동물을 사용하지 않았죠. 아마도 이런 팀 명칭의 결정은 일본 프로야구의 영향이 컸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일본 역시 82년 시점에 대부분 동물을 구단명으로 사용했거든요. 세이부라이온즈와 한신타이거즈는 우리나라와 그대로 겹쳤고, 야쿠르트스왈로즈, 주니치드래곤즈, 다이에호크스, 긴데쓰버팔로스 등등이었으니까요. 인수한 구단들의 전신을 봐도 다이요웨일즈 등 대동소이했습니다. 지금은 마린스인 롯데가 오리온스를 쓰고 있었던 점이 이색적이었을까요?

 

뭐 이런 기운은 대만프로야구에도 그대로 전해져서 엘리펀츠도 있고, 아무튼 동물을 마스코트로 하는 흐름은 꾸준합니다. 하지만 전 이런 흐름이 80년대에는 용인될 수 있으나 2010년대에 새로 창단된 팀의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이나 도시의 특성을 살린 구단명 호칭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사례는 미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미국 MLB 구단 중에 동물 이름을 쓰는 구단 이름이 얼마나 떠오르시나요? 한미일 모두 존재하는 타이거즈(디트로이트) 등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미국 구단의 이름은 많이 다릅니다. 양키스, 화이트삭스, 브루어스 등등... NFL에서도 좋은 작명으로 평가받아 한국 포항에서도 K리그에 사용하고 있는 스틸러스 등 딱 들으면 그 지역의 특징이 이해되거나 아니면 작명의 이유가 궁금해 지는 구단명들이 대부분이죠.

 

우리가 참고를 많이 하는 일본의 경우도 리그의 역사가 워낙 오래된 프로야구 외에 새로 리그화가 이뤄진 J리그나 기타 종목 프로스포츠를 보면, 신규 구단이 동물을 구단명에 쓰는 사례가 오히려 적습니다.

 

그럼 이런 구단들은 동물이나 캐릭터 마스코트를 사용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구단이 구단 마스코트를 두고 마케팅을 합니다. 구단의 상징과 마스코트, 팀 명칭을 서로 균형감있게 조절해서 붙이기 때문이죠. 구단 명칭 따로 마스코트 따로 부른다고 문제가 될 부분이 없습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이런 경향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K리그에까지 영향을 미쳐, 과거 코끼리, 천마, 호랑이, 황소, 치타, 다이노스, 드래곤즈 처럼 동물을 붙이던 K리그 구단도 최근에는 마스코트와 구단명을 분리하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최근 만들어진 신생 구단들이 FC란 호칭만 쓰거나 유나이티드, 시티즌 등 구단의 성격을 드러내는 이름을 짓는 것은 '축구만의 특성' 탓도 있지만 일종의 유행상품인 프로스포츠의 특성 상 동물 구단명이 더이상 세련되거나 잘 팔리는 패키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무리 경남과 창원이 공룡과 인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이노스란 이름을 사용했다는 점은 실망스럽습니다. 이미 K리그에서 전북현대가 오랫동안 사용했던 헌 이름이기도 하고,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공룡을 마스코트로 삼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구단 명 바꾸는 게 어렵지 않지만 전통을 중요시하는 프로야구에서 소유주의 변경 없이 구단명을 바꾼 경우는 없었습니다. (KBL이 좋은 평가를 못받는 이유가 프랜차이즈 스타의 부재와 잦은 구단 명 변경이 원인이라는 건 다 아시죠?) 그래서 더더욱 안타까운겁니다.

 

LG트윈스가 90년 MBC청룡을 인수했을 때를 '한국 프로야구의 업그레이드' 시점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당시 LG가 기업명이 아니었다는 점(그때 모 기업은 럭키금성그룹이었죠), 트윈스가 트윈타워를 그룹 본사로 하는 럭키금성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때문도 있었습니다. 동물중에 하나 고르는 단순한 로직으로 지어진 이름이 아니었다는 거죠. 그런데 젊은 기업, 야구전문가를 파격적으로 사장에 임명하는 엔씨소프트가 구단 명칭을 다이노스로 짓다뇨.

 

아이온, 리니지 같은 좋은 이름을 짓던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요? T^T

 

아무튼 이태일 대표 임명으로 저한테 딴 점수 다 까먹고도 마이너스입니다. 이제 까칠한 눈으로 바라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