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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아이폰 반품으로 몰고간 당황스런 KT 고객서비스

patapata 2009. 12. 8. 21:00

아이폰이 나오기를 누구보다도 손꼽아 기다렸던 터라, SHOW 폰스토어 예약을 통해 아이폰을 구입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아이폰을 주변에 권하며 지낸지 불과 1주일여...

당황스런 일이 아이폰과 나의 관계를 갈라놓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혜택 많은 카드로 자동이체 하려다....

 

문제는 내가 아이폰 예약구매 시 자동이체용 카드를 갖고 있지 않았던 데에서 시작한다.

주로 SK에서 기름을 넣는 나는 신한카드가 발행한 SK엔크린보너스카드를 자동이체용으로 쓴다.

이 카드는 SK에서 리터당 100원의 큰 할인을 제공하는데, 조건이 월 20만원 이상을 써야 한다.

그래서 자동이체는 모두 이 카드로 묶어놓고 기름만 넣으며 할인받고 있었는데, 자동이체 카드를

등록하는 그 순간 이 카드를 안갖고 있었던 거다.

휴대폰 요금이 할인요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이 카드로 자동이체가 안되면

매달 계산해가며 20만원씩 카드를 써야 하는 불편한 상황이 된다. 

 

 

                      2007년 이후 가입이 중단됐을 만큼 혜택이 과한 카드라 나에겐 완소 카드다 

 

 

 

 

KT가 15자리 카드를 막아놓은 이유

 

아무튼 잘 안쓰는 다른 카드로 신청해서 폰은 개통됐고, 자동이체 변경을 위해 KT SHOW 사이버고객센터에 들어가서 신청을 하려는데, 이런 메시지가 뜬다.  

 

 

이상했다. 그래서 114에 전화를 했다.

상담원은 이야기를 듣더니, 국내 카드건 해외 카드건 KT의 전산시스템은 16자리 카드만 인식하기 때문에

15자리 번호를 가진 아멕스와 다이너스로는 자동이체를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유는 더 황당하다. 사후에 승인을 따는 방식에서 동시 승인 방식으로 바뀌면서, 15자리 카드번호가

오류가 많아 16자리 카드번호만 등록이 되도록 2009년 9월부터 전산시스템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가진 카드로는 등록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그래서 통화를 하면서 KT SHOW 사이버고객센터의 내용을 읽어봤으나, 그런 내용은 확인조차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가입과정에서 15자리 카드를 갖고서는 KT와 거래할 수 없다는 내용은 고지받지 못했다.

 

사이버 고객센터 어디에도 15자리 카드는 안된다는 말은 없다

 

 

 

고객편의는 무시. 자사편의가 최고?

 

보통 내가 그동안 쓰던 이동통신사의 경우 상담원이 별도 절차를 통해

이런 간단한(?) 문제는 해결해 주었기 때문에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지만,

상담원은 '방법이 없다'는 답변 뿐.

 

아파트 관리비부터 케이블TV, 인터넷 요금, 휴대폰 요금 등

자동이체로 해결하는 모든 것을 다 이 카드로 자동이체 해 왔는데,

KT는 자사의 편의를 위해 아멕스와 다이너스 카드 고객을

자동이체 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실제 KT가 15자리 카드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애를 겪었는지 난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알 이유도 없다.

대한민국 그 어떤 카드 가맹점에서도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어떤 자동이체도 가능했던 카드가

오직 KT에서만 안된다. 그것도 어떤 장애때문이 아니다.

KT 입장에서 불편하다는 이유로, 아멕스와 다이너스카드를 가진 고객들의 불편은

간단하게 무시되어 버린다. 이게 그동안 KT가 욕을 먹어왔던 이유가 아닌가.

 

 

 

번호이동 철회하라니...

 

아무튼 결국 결론없는 통화는 길어지고, 아직 가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 생각 나

상담원에게 '그럼 이 카드로 자동이체를 못하니 번호이동을 철회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알아보고 전화해주겠다고 한다. 그리고 5분남짓. KT 상담원의 전화.

'네. 고객님. 가입하신 대리점과 이야기하셔서 번호이동 철회하시면 되겠습니다'

 

정말 이 일련의 일을 겪고나니, 내가 왜 그동안 KT를 쓰지 않았는지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죽은 사람에게도 요금을 청구하는 판에 15자리 카드 쓰는 사람들이야 '아웃오브안중'일테니...

그래서 결국 폰스토어에 청약 철회가 가능한지 문의를 해 둔 상태다.

 

 

 

불편해지는 고객만 있는 결정이라면 하지 말았어야

 

KT가 오류때문에 15자리 카드의 등록을 막아 더 편리해 지는 고객은 단 한명도 없다.

단지 더 불편해지는 고객이 있을 뿐이다. 지금이야 아멕스와 다이너스가 시장 점유율이 낮다지만,

이들의 시장 점유율이 올라가 15자리 카드번호를 쓰는 사용자가 많아지면 어떻게 할건가.

2000만명에 가까운 고객을 갖고 있는 대기업의 고객 마인드가 이런 식이라는 건 정말 믿을 수 없다.

아이폰 출시와, 그 과정에서 보여준 공식블로그, 공식트위터 담당자의 멋진 모습에

잠시 KT에 대한 비호감이 흐트러지던 차에,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해주는 일이었다.

 

KT가 공기업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과거의 일이 아직 달라지지 못한거라면 또 모르겠다.

15자리 카드를 막는 결정은 지난 9월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이석채 KT회장이 고객중심을 외치며

CI 바꾸고 온갖 캠페인을 다 벌이던 차에, 15자리 카드를 쓰는 고객들의 불편은 간단하게 무시된거다.

 

한명의 고객을 챙기지 못하는 회사는 천만, 이천만의 고객을 챙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아직도 고객에게 군림하는, 고객이 늘 뒤통수를 조심하게 만드는 회사는 미래가 없다.

지금 KT가 겪고 있는 위기가 어디서 온 것인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고객이 소중하다는 저 말 만큼은 정말 믿게 해줬으면 좋겠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지만...

 

내가 정말 번호이동을 철회하고 아이폰을 떠나 보내게 될지, 아니면 결국 KT에 굴복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번 일로 KT는 또한명의 열렬한 안티를 양산해 냈다.

3년반동안 닫아두었던 내 블로그를 다시 열게 만들었으니, 일단 KT가 대단하긴 하다.
일단 KT SHOW 폰스토어의 답변을 기다려 보자.

 

 

[추가] SHOW 폰스토어 답변

 

오늘(12월 9일) 2시 조금 넘어서 SHOW 폰스토어에서 답변이 왔다.

결론은 '번호이동 철회는 불가능하며, 신한아멕스카드로 요금을 내고 싶다면 매번 대리점에 가서 돈을 내라'는 것이다. 상담센터에서는 번호이동을 철회하라고 하고, 폰스토어에서는 안된다고 하고...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추가] KT 트위터 ollehkt 답변

 

조금 전 트위터의 KT공식 트위터인 @ollehkt님이 멘션을 통해 연락을 줬다.

"다시한번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신용카드 부분은 담당부서 문의결과 금일 밤 조치하여 가능하다고 하십니다."

 

결국 해결 가능한 문제였다는 것이다.

빠른 해결을 위해 도움을 준 KT 공식 트위터 @ollehkt님께 감사드리며,

KT가 좀 더 고객중심의 기업으로 달라 질 수 있게 노력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RT와 멘션으로 이슈를 만들어 준 트위터 사용자분들, DP분들,

특히 @moohando님께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리되었는지는 다시 이 포스팅에 추가로 공유하겠다.

 

 

[추가] 자동이체 변경 완료

 

KT가 이야기했던 시점에 전화로 자동이체 카드를 변경했다.

최근에 시스템이 개편됐다는 고지는 없었고, 마치 원래 되었었던 것 처럼 잘 됐다.

허탈할 정도로 간단해서, 왜 이렇게 진작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는....